위드코로나라서 확진자가 대폭 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아빠가 확진이라니. 다행히 동거하는 다른 가족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도 함께 살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에 아주 잠깐 스치듯이, 김치를 받기 위해 만난 적이 있으므로 당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검사를 받았다. 야외였고, 마스크를 쓰고 실제 접촉은 없었기에 음성이겠거니 싶었고, 음성이 맞았다.
놀라운 건, 아빠와 전날 술자리를 함께 했던 모든 사람도 음성이라고 한다. 결국, 코로나는 운(명)이다.
요즘 깜깜이 환자도 많다고 하는데 아빠는 감염 경로가 비교적 명확했다. 주변 지인에게서 감염된 것이었다. 아빠는 진심으로 이 지인을 원망했다. 하지만, 이미 걸린 걸 어쩌겠는가.
이 지인은 확진 판정 이후 원주 의료원으로 갔다고 들었다. 우리 가족도 당연히 아빠가 원주로 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격리 장소로 출발하기 직전 고성이라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확진자가 늘어서 방역 당국이 정신없이 바쁜 건 알겠지만, 이 과정에서 어떤 안내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치료센터 입소할 때 준비물이나 센터에 뭐가 구비돼 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결국, 고성 국회연수원 생활치료센터 준비물은 동생과 내가 온라인 검색을 통해 실 입소자들 후기로 아름아름 챙겼다.
1. 여벌 옷과 속옷
- 속옷을 많이 챙겼는데, 아빠가 떠난 후에야 입었던 옷은 다 태운다는 후기를 봤다. 여러 개 챙기지 않는 게 좋을 듯.
2. 휴대폰 충전기, 아이패드, 아이패드 충전기
- 아빠가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치 않은데, 오로지 패드로 고스톱 게임만 하실 줄 안다. 심심해하실까 봐 넣어 드렸다. 센터에 충전기가 없으니 꼭 개인 것을 챙겨야 하는데, 의외로 이걸 안 챙겨서 나중에 택배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3. 검가드 가글액
4. 머그컵
- 이건 어떤 후기에서 엄청, 엄청 강조하더라. 종이컵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그래서 하나 챙겨드렸다. But, 아빠 말로는 플라스틱 소재의 컵을 주긴 한다고 한다.
아빠 입소 후에야 생활치료센터 객실 구조나 구비 물품에 대해 전해 들었다.
물론, 절대, 절대 호캉스 간 게 아니라 치료를 위해, 또 격리를 위해 간 것이기 때문에 시설에 불만을 갖는 건 아니다. 다만, 아빠가 거주 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단절된 채 있어야 하다보니 걱정이 됐을 뿐이다.
아빠는 2인 1실에 배정됐다. 침실 2개와 거실을 갖춘 구조로,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TV는 거실에 1대 구비돼 있다고 한다. TV를 먼저 챙긴 이유는, 우선 아빠는 크게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았고, 휴대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2주간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빠는 휴대폰 와이파이 연결할 줄 몰라, 사용을 못하고 계시지만! 생활치료센터에는 자체 와이파이가 제공된다고 하니 데이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그런데 복병은 의외로 음식이었다. 워낙 도시락 맛있다 등의 후기가 많아서 음식 걱정은 없었다. 이게 양이 모자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첫날 저녁, 아빠는 동생에게 배가 고파서 컵라면을 먹었다고 말했다. 나도 물론, 전화를 했지만 내게는 말하지 않아 더욱 몰랐다.
아빠가 치료센터 직원들한테 배가 고프니 뭘 달라고 말할 성격도 아닌데다, 배가 고파 첫날 지급 받은 컵라면을 곧장 먹었다는 게 좀 마음이 아팠다. 참고로, 첫날 육개장 6개입을 배급해 줬다고 한다. 나는 라면을 안 먹는 편이라서..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라고 동생에게 물으니, 아빠는 컵라면이나 간식을 원래 많이 먹어서 부족할 거라고 답했다.
결국, 동생이 치료센터에 음식 반입이 가능한지 알아봤다. 배달 음식은 절대 불가하고 택배만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 다른 지역 치료센터에서는 쿠팡 프레쉬나 마트 배송을 받았다는 후기를 봐서, 나도 냉큼 홈플러스나 이마트 배송을 알아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성 생활치료센터 위치상 어떤 마트도 배송 서비스를 제공 하지 않고 있었다. 답은 택배뿐!
그렇다고 택배로 모든 걸 다 보낼 수 있지는 않다. 상하는 음식이나 대용량 제품은 제한돼 있다. 후기를 보니, 실제 택배 전달 과정에서 센터에서 한 번 뜯어보고 전달된다고 한다.
물론, 담배와 술도 절대 안 된다. 아빠가 이참에 센터에서 담배를 끊고 나오길, 동생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결국, 생활치료센터 택배 가능 물품은 과자, 상하지 않는 과일(이게 있을까?), 건강즙, 음료수 정도였다.
처음에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구매해서 보내려고 했는데, 대체로 일반 사무실을 대상으로 판매 하는 스토어다 보니 간식이 대용량이고 아빠가 원하는 혹은 좋아하는 제품으로 구성하기 어려웠다.
또, 생각해보면 내가 직접 물건을 사서 택배를 보내는 게 빠를 거라고 생각해 곧장 마트로 갔다.
처음에는 육개장 6개입짜리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왕이면 종류가 다양한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 동생이 추천해준 브랜드 별로 담아 넣었다. 버터와플과 고소미, 국희샌드, 구운 감자 등 아빠가 좋아하는 과자도 소포장된 걸로 샀다.
사실 아빠 최애가 과자는 후레쉬베리 복숭아 맛인데, 고건 아예 마트에 없어서 구매하는 데 실패. 카스타드도 60개 넘게 든 것 밖에 없었다.
후레쉬베리 딸기맛과 카스타드는 각 6개씩 든 걸로 편의점에서 따로 사서 넣었다. 함정은 카스타드 유통기한.. 나중에 택배 넣을 때 보니 유통기한이 올해 12월 6일까지..^^ 아직 남아 있다고는 하나, 이렇게 임박한 상품을 팔다니.. GS25.. 네 이놈들..
그리고 마트에서 추가로 저렇게 레쓰비, 박카스, 비타 500 하나씩 사서 챙겨 넣었다. 입 심심하실 까 봐 목캔디랑 자일리톨 껌도 작은 통으로 넣었다.
퇴소할 때, 남은 음식이나 이런 건 다 싸가지고 가야 한다고 해서 짐이 될까 봐 무조건 소용량으로!
그렇게 마트와 편의점을 돌며 완성된 생활치료센터 위로 간식 택배.. 감귤 10kg짜리 상자에 넣었는데,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금방 차서 컵라면은 5개까지 밖에 넣지 못했다.
유리병에 든 음료 중 하나는 종이에 둘둘 말아서 넣었고, 하나는 빈틈에 흔들리지 않게 채워 넣었다.
뭔가, 금방 다 먹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상자만 크고 실속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내고 싶어서 이 상태로 포장했다.
주변에 우체국이 없는 관계로, GS 25 택배로 발송했다. 발송 다음날 수거했다는 카톡을 받았다.
저렇게 채워 넣으니 상자가 무거워서 그런지 3kg가 살짝 넘게 나왔고 택배비는 5천 원이었다.
과자 값이 한 2만 5천 원 나왔으니, 생활치료센터 택배 하나 보내는 데 총 3만 원이 든 셈이다.
* 편의점에서 과자 산 게 비쌌다. 후레쉬베리랑 (유통기한 임박한) 카스타드가 6450원이 나왔다. 요즘 과자값이란..!
택배는 수요일 오전에 보내서, 고성 생활치료센터에는 목요일 오후에 도착했다. 나는 GS25로 보냈고, 담당 택배사인 CJ대한통운으로부터 목요일 오후에 위와 같은 문자를 받았다.
아빠가 실질적으로 택배를 받은 건 금요일 아침이었다. 목요일 저녁에 센터 직원들이 택배가 도착했고 이중 반입 안 되는 물건이 있다고 아빠에게 문자로 알려줬다고 한다.
내가 보낸 것 중 반입불가 품목은 "캔커피, 비타 500,박카스"였다. 미리 안내문 보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지급 물품에 믹스 커피가 있어서,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 회복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분들은 참고하길!!
뭐 보낼 필요 없다고 했던 아빠지만, 막상 택배 받고 싱글벙글 아침에 전화가 오셨다. 라면도 종류별로 있다고 좋아하시는 걸 보니.. 짠... 했다. 다만,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고... 출소하면, 아니 회복되고 나오면 돼지고기... 먹으러 가야겠다.
아울러, 나도 궁금하고 몰라서 찾아봤던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정보가 있다면..
1. 치료센터 비용은 무료다. 난 당연히 돈 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좋은 나라!
2. 치료센터 입소할 때는 데려다 준다. 다만, 출소.. 격리해지 될 때는 알아서 귀가해야 한다. 본인의 실 거주 지역이 어디든 상관 없다. 고성부터 집까지는 알아서!
- 자식 있는 아빠는 좋겠다. 나는 늙어서 들어가면 누가 데리러 오지... 란 생각과 함께 씩씩하게 혼자 택시타고 갈 수 있도록 돈을 많이 벌어놔야 겠구나.. + 내 블로그가 잘 됐으면... 나의 택시요금이 되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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