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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픽 독학 첫 시험에 AL 받은 후기 "유튜브 학원 인강 없어도 괜찮아"

ohoney 2022. 1. 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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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독 시험형 영어에 약하다. 일단, 영어는 언어인데.. 이걸 뭔가 공식을 달달 외워가면서 풀어야 한다는 게 익숙지 않다. 까놓고 말해 문과인데 암기를 못한다. 고1 때, 이과 가서 같이 스카이를 노려보자는 담임 선생님은 선견지명이 있었다. 

 

특히, 육신이 늙고 늙어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토익 같은 건 정말...쥐약이다.

 

졸업 조건에 영어가 있어서, 가장 만만한 토익 시험을 본 거 였는데 마지막 독해 파트는 쭉 찍었나? 비웠나 하고 엎어져 있었다. 20대가 아니라서 이 악물고 하는 열정도 없다. 도대체 뭔 놈의 시험을 100분 넘게 보냐는 생각뿐. 

 

어쨌든, 그마저도 이제 만료가 돼서 새로운 영어 성적이 필요하게 됐다. 네가 영어권에 살다왔던 말던 필요 없다. 우리는 영어 성적을 요구한다...라는 룰을 지켜줘야 했다. 

 

마치 지난 몇 년간 쉴세 없이 일했지만, 4대 보험 증빙이 안 되고 경력 증명서 발급이 안 되는 커리어는 취급 안 해줌.. 과 같은 상황.. : ) 

 

그래서 결론은 "입으로 때울 수 있는 스피킹 시험을 보자! 최소한 덜 지루하고 빨리 끝나겠지."란 마인드로 오픽을 선택했다. 토익 스피킹, 토스는 왠지 토익처럼 달달 외우는 느낌일 것 같아서 패스. 

 

ㅁ 오픽 시험 준비

 

는 개뿔. 솔직히 말하면 우연한 기회에 오픽 책을 한 권 얻었고, 응시권도 생겼다. 응시권은 온라인 수업이 결합된 상품이었다. 안타깝게도 수업은 해당 사이트 오류 및 개인 사정상 듣지 못했다. 결국 책만 읽고 시험에 갔다.

 

책은 오픽 IH & AL 등급을 위한 것으로, 엄청 유명한 선생님이 쓴 건 아니었다. 나도 막 책을 꼼꼼히 챙겨본다기보다는 예시로 나온 문제를 훑는 수준이었다. "아, 오픽에는 이런 문제가 나오는구먼"

 

책이 특정 상황과 질문에 대해, '네 답변을 만들고 외워가'라는 식으로... 조언하고 있어서 "뭐, 이것도 외워가는 시험인 거야?"라고 살짝 놀라고 실망하기는 했다.

 

시험 며칠 전에 오픽 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드디어 온라인 검색을 했고 이때 유명한 오픽 유튜버도 알게 됐다. 굉장히 수험생을 위해 꼼꼼하게 영상을 구성해 놓으셨는데 그걸 다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AL 학생은 이렇게 답한다 시리즈 중 하나만 보고 포기했다. 그 학생은 내가 생전 처음 들어본 단어와 현란한 접속사를 사용하며 답변을 했는데, 나는 저렇게는 못 하겠구나 란 생각만 들었다. 

 

결론만 말하면, 오픽 시험 전 준비는 IH & AL 등급 권장 책에 예상(또는 기출) 문제를 훑어보고 간 것이 다다. 이 책은 낙서 하나 없이 고스란히 당근에 내놓았고, 곧 시험을 본다는 다음 수험생에게 4천 원에 팔렸다. 

 

ㅁ 오픽 시험장 후기

 

집 근처 대중교통 환경이 안 좋고, 시험장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일찍 도착했다. 토익 스피킹과 오픽을 같은 곳에서 치르는지, 시험장 감독관(?)이 토스냐 오픽이냐 물어보셨다. 그리고, 시험 10분 전에 입장이 허용된다고 해서 밖에서 덜덜 떨며 기다려야 했다. 

 

입장한 시험장은 대학 컴퓨터실로 자리를 한 칸씩 떨어져 앉으라고 안내해주셨다. 지정석이 있는 건 아니고, 입장 순대로 원하는 대로 앉으면 된다. 얼마 전에 빅분기를 맨 앞자리에서 봤다가 컴퓨터가 시험 제출과 동시에 에러가 나는 참사를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일 뒤에 앉았다.

 

어차피 신분증 다 확인하는데, 이런 건 오픽이 참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수험생이 원하는 자리에 앉게 해주는 거 말이다. 

 

컴퓨터는 이미 켜져 있는 상태였고, 안내 방송이 나오면 그때부터 손을 델 수 있다. 마우스든, 키보드든. 헤드셋도 마찬가지다. 미리 착용하는 건 안 된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나는 멀뚱멀뚱 주변 구경만 하고 있었고, 몇몇 수험생이 헤드셋을 미리 썼다가 한 소리씩 들었다. 

 

ㅁ 오픽 첫 시험 후기

 

시험 전에 블로그로 서베이를 어떻게 해라, 이런 걸 보긴 봤는데, 기억도 안 나고 그랬다간 지어낼 자신도 없어서.. 사전 설문은 그냥 솔직하게 했다.

 

운동은 아예 관심이 없고 일절 못하기 때문에 다 패스했고, 책 보기, 글 쓰기, 영화 보기, 국내 여행, 해외여행 이런 걸 줄줄이 체크했다. 12가지 고르는 게 정말 힘들었다. 내가 이렇게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나 싶었다. 

- 문제는 글쓰기랑 학교, 여행 상황을 중심으로 나왔는데 이럴 거면 도대체 왜 12개나 체크하라고 한건 지 모르겠다.

 

난이도는 모두가 추천하는 대로 5-5(비슷한 수준)로 선택했다. 

 

나처럼 오픽을 난생 처음 접하는 사람을 위해 밝히자면, 난이도는 처음에 1~6까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 6으로 갈수록 어려운 건데, 5도 굉장히 평이했다. 이 난이도가 질문 난이도인가 싶을 정도이다. 읽어주는 속도도 굉~~~ 장히 느렸다. 마치 우리가 5살짜리 꼬마한테 설명해주는 뉘앙스와 속도였다. 

 

나는 답변 녹음을 내가 뭔가 클릭하면 시작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냥 문제가 끝나면 바로 답변 녹음 시작이었다. 

 

질문은 1번 다시 들을 수 있고, 그건 밑에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된다고 하는데 초반에 허둥지둥 대느라 이 버튼이 어디 있고 어떻게 눌러야 하는지도 몰랐다. 마지막 문제에서 겨우 한 번 사용했다. 

 

ㅁ 첫 오픽 예상 점수와 실제 점수 

 

첫 질문은 누구나 아는 자기소개다. 당연히 이조차도 준비를 안 해갔으니, 나는 어? 녹음되는 건가? 하고 잠시 머뭇거렸을 때, 이미 주변 학생들은 술술 대답을 시작하고 있었다.

 

스피킹 시험이라더니, 역시나 기본 암기는 다들 해오는 모양이었다. 주변에서 술술 답하는 소리에 잔뜩 쫀 나는, 에이, 될 대로 돼라..라는 마인드로 그냥 주저리주저리 거렸다.

 

다음 문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저리, 주저리.. as you know, um, actually, that's all 같은 걸 습관적으로 많이 사용했다. 어려운 단어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진짜 일상에서 대화하는 수준만 썼다. 문법도 이제와 생각하면 엉망진창이었다. 대신, 그냥 친구한테 말하듯이 해서 오히려 늬앙스는 더 잘 살린 것 같다. 

- 예를 들어 재택 근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싱글이어서 재택 근무 완~전 환영이지만, 아이가 있는 엄마나 아빠들을 보면 오히려 회사 나오고 싶다고 한더라"를 킥킥 웃으면서 답했다. 얼마 전에 정말로 한 유부에게 같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외 질문도, 그냥 꾸며내거나 한 거 없이 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답했다. 

 

한 문제당 제한 시간은 없지만, 적정 수준이란 게 있어서 그걸 초과하면 발화자 캐릭터 밑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때(?)'라는 식의 메시지가 뜬다. 나는 이걸 정말 많이 봤다. 

 

마지막 문제를 풀 때 주변을 보니 교실에 나밖에 없었다. 이걸 보고, 또 초조해져서, 마지막에는 정말 엉뚱한 답변을 내놓고 나왔다. 시험장 스크린으로 시계를 띄워줬는데, 총 15문제에 37분 정도 쓴 거 같다. 한 문제당 1분이 적절한 답변 시간이라고 하는데 많이 오버했다. 

 

그래서, 시험장을 나올 때 내 첫 오픽 점수는 IM 나오려나? 혹시 IL...? 설마..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결과를 확인하니 AL이었다.

 

결론은 오픽은 단어 수준이 높지 않고 같은 단어를 반복하고 시간을 다른 수험생보다 많이 써도 상관없었다. 답변을 즉각적으로 할 필요도 없었다. 너무 당황스러운 문제를 받고 아예 몇 초간 침묵한 적도 있다. 답변 도중에도 그랬다. 

 

ㅁ 본인 영어 스펙

 

이걸 마지막에 적는 이유는, 뭐야 해외 살다 왔으니깐 잘 봤겠지..라고 덮어 놓고 생각할까 봐서 이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나는 시험형 영어에 약하다. 중국어와 영어 시험을 동시에 봤을 때, 중국어 레벨이 훨씬 높게 나올 정도이다. 당연하게도 중국에서 거주 경험은 없다. 

 

나는 한국에서 '미국식 영어'를 교육받고 영국에서 좀 살았다. 그래서 오히려 영어가 엉망진창이 됐다. 단어와 문법, 발음이 애매하게 섞였다. 영국에서 일할 때, 전화 통화를 하면 (내 얼굴을 못 본) 상대방이 "오~ 너 스페니쉬구나...."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유럽 국가들이 내 출신 성분으로 거론됐다. 

 

영국인 친구는 내 L과 R 발음을 고쳐주려고 한참 노력하다가 포기했다. 나는 여전히 레인보우가 안 된다. 단어 수준도 절대 높지 않다. 오히려 영국에서 살면서 더 많이 까먹었다. 초중고 시절에 배운 영단어 대부분을 현실에서 쓰지 않았다. 

 

어쨌든 결론은, 나처럼 시험형 영어가 자신 없는 사람에게 오픽은 강력 추천! 굳이 모범 답안 없이도 AL 받을 수 있다. 시간 오버해서 써도 되고, 문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다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 후일담..을 덧붙이자면,

 

시험형 영어에 내가 좋은 성적을 받은 게 신기해서 주변에 공유했더니.. 마찬가지로 영국 살다온 아는 동생이.. 자기 경험담을 알려줬다.

 

이 친구는 '영국에서 석사 졸업을 했는데도..영어 성적 제출이 면제가 안 되는 회사'에 지원하느라 오픽 시험을 친 적이 있는데, 혹시나 싶어 모범 답안을 만들어서 줄줄 외우고 들어 갔는데 이때 IH인가 IM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한 번 더 봤을 때는, 준비 안하고 가서 그냥 내키는 대로 했더니 AL을..받았다고.

 

아무래도 시험 채점관들이 외운티가 나는 모범 답안은 걸러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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