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거리두기가 효과는 있다. 일상 회복, 위드 코로나 시행 직후 치솟았던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다. 결국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는, 더 옥죄야 할 수도 있다. 락다운까지 한 유럽이 그럼 왜, 코로나19를 못 잡았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우리처럼 철저하지 않았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어딜 가나 QR 체크인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여행이 주춤해진 틈을 타 도심 데이트 장소들이 떠오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중 하나가 바로 갤러리다. 사진을 못 찍게 하는 오리지널 회화전 대신 <우연히 웨스 앤더슨>으로 대표되는 인스타그램 인생샷 맛집들이 인기가 좋다.
- 오리지널 회화전도 물론, 나름 박 터진다. 나 같은 애들이 꾸역꾸역 찾아가고 있으니깐.
- 동시에 "왜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걸까?"는 매번 의문이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는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한, 대다수 작품의 촬영을 허용한다. 유럽의 크고 작은 유명 미술관들도 같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한창 유럽 갤러리 투어 다닐 때, 우연히 만난 보안 직원은 내게 사진 찍기를 강력하게 권유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찍은 사진 자체가, 또 다른 예술 작품이 된다라고 설득했었다.
어쨌든, 다시 <우연히 웨스 앤더슨>으로 돌아오면, 이는 특정 작가의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는 아니다. 동명의 온라인 여행 사진 커뮤니티의 풍경 사진을 회고와 여정, 영감 등 세 가지 테마로 꾸려 놓은 것뿐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인기가 많은 건,
1. 사진 OK, 벽지마저 핑크색이라 인생샷을 능히 뽑아낼 수 있다.
2. 여행 가고 싶은 욕구, 대리 충족!
이 두 가지 때문이라고 본다.
뜻 모를 '예술 작품'을 이해하느라 머리 싸매지 않아도 되고, 괜한 아는 척도 필요 없다. 사진이 다루고 있는 주제도 어렵지 않아, 쉽게 공감하고, 함께 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러니깐, 이건 기획의 승리다.
11월 27일 같은 날 오픈한 <살바도르 달리전>과 비교했을 때, 입장권 가격은 비싸다고 본다. 3개 미술관에서 대여한 원화를 잔뜩 볼 수 있던 달리전이 성인 기준 2만 원이었다.
절대적인 숫자로는 낮지만, <우연히 웨스 앤더슨>도 1만 5천 원에 달한다. 얼리버드 할인 예매 기간도 끝나서 꼼짝없이 정가로 봐야 한다. 요즘 영화 티켓 가격도 만만치 않으니 "아우~ 비싸, 가지 마"라는 건 아니다.
다만, 가성비가 높지 않다는 거다.
- 그림 하나 보겠다고 비행기 타고 유럽 이 나라, 저 나라를 왔다 갔다 했던 내가.. 가성비... 를 얘기하기엔 좀 그렇지만..
물론, 데이트 하기에는 달리전보다 여기가 훨씬 낫다. 인스타 업데이트용도 마찬가지다. 달리전은 전시 끝부분을 제외하고는 사진 촬영도 금지된다. 결국, 내 취향에 맞아, 목적이 분명해 간다는 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 자기 멋대로 사는 거지. 오히려 이런 전시가 많아져야, 문화예술에 대한 허들이 낮아진다고 본다. 그러니, 더 많은 사람이 전시장을 찾고, 갤러리가 일상이 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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