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보다, 소호거리를 발견했다. 아침부터 내린 비에 "카페나 갈까?" 생각했는데, 몇몇의 화분을 밖에 꺼내놓은 서점 "완벽한 날들"이 눈에 들어왔다.
광화문 교보문고도 홀린 듯이 들어가는 내가, 책방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진과 그림 엽서들도 마음에 들었다.
크지 않은 서점이었지만, 국내·외 명작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다. 시집을 즐겨 있는 친구도, 북 큐레이션 수준이 높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양장 대신 가벼운 페이퍼북 위주라서, 속초를 떠나는 버스 안에서 가볍게 읽기도 좋아 보였다.
또 한편에는 명작들과 어울리는 굿즈도 판매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점이다보니 갖가지 컬러로 반짝이는 책갈피부터 눈길이 갔다.
미니멀 라이프는.. 이렇게 점점 멀어져 가는 거... 같다. 도대체 미니멀 라이프 어떻게 하는 건데요?
요즘 교보문고도 앉아서 책 읽는 곳을 없애는 추세인데, 여긴 요렇게 앉아서 책 보세요...라고 자리도 마련돼 있다. 요 자리를 먼저 보고, 등받이가 없어서 힘들겠는데?라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뒤에서 요렇게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발견했다. 다른 편에는 여럿이서 온 여행자를 위한 좌석도 보였다.
아무래도 요렇게 섬세하게 좌석을 구비해둔 까닭은 "완벽한 날들"이 그냥 서점이 아니라, 북카페이기 때문일 수도.. 향긋한 커피도 판매 중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행끼리 도란도란 수다 떠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들 조용조용하다. 나도 함께 방문한 친구랑 일절 대화 없이, 각자 취향에 맞는 책들만 찾아다녔다.
끝까지 살까, 말까 고민하게 했던.. 버지니아 울프 굿즈 유리잔! "A woman must have money and a room of her own if she is to write fiction." 문장이 계속 마음에 맴돌았다.
결국 못 사 왔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사올 걸"하고 후회했다. 살까말까 할 때는 사는 게 답이다. 맞다.. 아닌가?
소호거리 초입에 위치한 감성 책방 완벽한 날들은,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이랑 진심 도보 1분 거리다. 우리는, 요걸 몰라서 빙 둘러서 갔는데 버스 승하차장(주차장 같은 곳?)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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