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던 날,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기 위해 오랜 만에 메가박스를 찾았다. 본래 혼자 갈 계획은 아니었다. 그러나,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가 탑건을 보겠다고 마음을 바꿔 "그럼 너는 탑건 봐, 나는 헤어질 결심 볼래"하고 각각 보기로 한 것. 그리고 내 결정에 후회는 없었다. 오죽 좋았으면 일주일 뒤에 한 번 더 봤다.
개봉 당일 보러 가서, 운 좋게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도 받을 수 있었다. 탕웨이 배우와 박해일 배우 중 고르라고 하길래 "탕웨이 주세요"라고 했더니, 직원 분께서 "탕웨이가 훨씬 인기가 많네요. 여자 분들은 무조건 탕웨이로 받아 간다"라고 답해주셨다.
여기에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왜 겠어요.. 언니가 너무 예쁘잖아요'라고 백 번 말했다.
영화 속에서 박해일(해준 역)은 유부남이고, 그가 탕웨이(서래 역)에게 호감을 갖고 데이트를 하는 것 자체가 '불륜'이지만, "탕웨이 자체가 개연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완벽한 캐스팅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강 이러하다.
둘의 만남은 공적인 '일'로 시작됐고, 피의자였던 서래는 경찰인 해준을 이용했다. 해준은 매력적인 사람인 서래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빠져들었고, 결국 경찰로서 자부심 마저 버리게 됐다. 해준은 서래가 남편을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거인 '휴대폰'을 그녀에게 넘기고, 사랑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해준의 사랑이 끝난 그 순간, 서래의 사랑이 시작됐다.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던 서래에게, 사랑 역시 최악의 순간에 찾아왔다.
결국 서래는 다시 해준을 찾아갔다. 두 번째 남편과 함께였고, 그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해준은 서래를 떠난 후 아내에게 돌아갔지만, 모든 것이 전과는 같지 않았다. 그렇기에 해준에게 서래는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다.
사건은 다시 한 번 발생했다. 서래의 두 번째 남편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이번에 해준은 서래를 철저하게 피의자로 대했다. 일식당 고급 초밥 대신 놓인 핫도그가 달라진 상황을 보여준다.
하지만 서래는 이번만큼은 사랑하는 해준에게 진심이었다. 그녀는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오랫동안 간직한 휴대폰을 해준에게 돌려주었다. 수사를 다시 시작하라는 말과 함께.
그러나, 서래는 해준의 피의자 또는 용의자가 되는 대신 다른 선택을 한다. 영원한 미제 사건이 되는 것. 둘 사이의 중요한 키워드였던 바다 깊은 곳에 스스로를 던지고, 묻는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단편적인 결말만 보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뒤늦게 해변으로 달려온 해준이 서래를 구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두 번의 헤어질 결심 끝에 결국 둘은 영원한 헤어짐을 맞이한 셈이다.
보통 연인 간의 이별은, 둘 중 덜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별을 고하는 사람이 꼭 '덜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영화에서처럼 말이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상대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질 결심을 세우고 이별을 고한다. 해준은 서래의 사랑이 거짓이었으며 자신을 이용했을 뿐이란 것을 알아챘을 때 그러했고, 서래는 해준의 마음이 전과 같지 않음을 깨닫고 본인의 오랜 숙원을 마무리 했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돌이켜보면 최근의 내 이별도 그랬다. 친구든 연인이든, 사랑을 하면 내가 줄 수 있는 만큼 퍼주는 성격이다. 그러다 어느날 상대는 철저하게 계산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여전히 사랑했지만, 나를 더 이상 버릴 수는 없었기에 헤어짐을 고했다. 영화 속 해준처럼 나도 전과 같지는 않다. 서래가 돌아온다면, 의심을 버릴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려다닐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영화 헤어질 결심 쿠키 영상은 따로 없다. 하지만 내가 갔던 영화관에서는 많은 관객들이 여운이 남는지 오래도록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아예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한 번 더 가서 봐야겠다. 그만큼 추천한다.
총 관객이 100만을 겨우 넘겼다고 하는데, 참..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어떤 평론가는 이게 얼마나 우리나라 영화 관객 수준이 낮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라고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마냥 웃고 잊어버릴 수 있는 영화가 흥행하는 것과 비교해서 말이다.
대중문화가 시대상을 보여주는 건 맞지만, 그 해석을 어찌해야 할지는.. 나에게는 더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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