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부터인가 왼쪽 종아리 안쪽에 그물망 같은 흉터가 생겼다. 한 달 반~두 달 정도 된 거 같다. 거의 손바닥 크기로 생겨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심하게 아프지도 않고, 만져봐도 살짝 그 부분만 거칠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피부에 작은 이상만 생겨도 이난리, 저난리, 당장 피부과 고고! 모드였는데.. 백신 부작용 이후에 이제 웬만한 피부 트러블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쨌든 결론은, 그래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사무실 선생님께 "그거 저온화상이네"라는 말씀을 들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저온화상 열성홍반 증상이 이렇게 그물망 모양의 흉이 진다고 한다.
역시나, 네이버의 피부과 지식인이나 홍보 블로그에서는 "색소침착 지워주는 토닝 받아야 함", "그거 절대 그대로 두면 안 됨. 3개월 내에 병원 방문해서 전문의 진료 봐야 함 삐용삐용" 공포감을 조성하길래...
냉큼 또 동공지진을 하며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았다. 본래 가려던 피부과는 2달 내에 예약이 안된다고 해서, 부랴부랴 후기 좋은 피부과를 찾았다.
아침 9시 오픈이길래 8시 50분에 갔더니.. 나보다 먼저 온 환자가 6분이 더 계셨다. 도대체 몇 시에 오신 걸까.
그래도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한 20분 정도 지나니,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후기를 보고 젊은 여의사 선생님이 계실 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연배의 남자 선생님이 계셨다.
마이너스 18도라서 옷을 두껍게 입고 가는 바람에 직접 종아리를 보여드리지는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드리니, 역시나.. "저온화상이네. 약은 없고. 크림도 없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어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다리면 다 사라진다"..
"색소침착은....어떻게 하죠?"
"정확히는 색소 침착이 아니다. 혈관 문제다"
"그럼 더 빨리 없어지는 크림이라도..?"
"그런 거 없다.."
인터넷에서는 색소침착 없어지는 레이저 토닝 어쩌고도 많던데.. 괜히 양심 피부과라고 소문난 게 아닌 모양이다. 과잉진료 따위..
오히려 내가 눈가에 있던 하얀 뾰루지를 없애고 싶다고 나섰다.
이번에도 역시나 "비립종이네. 사실 집에서 본인이 짜도 됨. 없애고 싶음?"
"네."
결국 내가 원해서 비립종 1개 레이저 치료만 받았다. 딱 1개라서 마취 크림도 안 바르고, 레이저 쏘고 안에 각질(?) 제거하고 간호사 쌤이 크림 발라주고 끝...이었다.
- 비립종 제거 이후 바로 일상생활 가능이다. 세수도 괜찮다고 한다.
피부과에서 레이저를 딱 1개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보통... 상담가서 말하다 보면 수십 개는 하고 오는데..
지난해에 눈 밑에 각질 뭉쳐 있는 거 제거하러 갔다가 "어머 얼굴 옆에 편평 사마귀 난리네~~" 하는 의느의 말에 수십 만원을 하루에 결제하고 나왔다.
그런데 여기는.... 분명 다른데도 비립종이 있는데... 니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뭐, 시큰둥한 분위기로 강요가 없으셨다.
레이저가 순식간에 끝나고 나서 의느가 "허무하지?"라고 웃고 나가셨다.
대신 가격대가 살짝 높기는 했다. 비립종 1개 했는데 총 진료비가 2만 원 나왔다. 보통 5천 원에서 1만 원인데.. 비싸긴 비싸다.
그래도 재방문 의사는 있다. 다른 피부 질환 생겼을 때, 또 찾을 거 같다. 의느 성향 때문인지, 다른 피부과와는 달리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이 계셨다. 레이저 대기실에서 마취크림 바르고 얌전히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다들 귀여우셨다.
영국에 있을 때는 과잉 진료 걱정은 없었다. 대신 의사의 실력에 항상 의문이었다.
한국은 의느님들 실력은 믿는데, 과잉 진료가 항상 걱정이다. 특히 건보 케어가 안되는 피부과랑 치과는 무섭기까지 하다.
돈도 돈이지만, 과잉진료로 멀쩡한 치아와 피부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보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양심 피부과를 찾은 것 같아서, 그래도 기분 좋은 아침이다. : )
덧붙여, 예약이 되는 거 같긴하다. 대기실에서 어떤 분이 "10시 예약이요"라고 말하는 걸 듣긴 했다. 다음에는 나도 예약하고 가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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