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천역 근처에서 서울에서도 찾아오는 맛집이 있다길래, 동생과 함께 갔다.
바로 양고기로 유명한 "라무진" 양꼬치 아니고 양갈비가 메인 메뉴이다.
사실 주 메뉴나 가격 이런 거 하나도 모르고 "오~ 거기 유명하대"라는 말만 듣고 찾아간 거라서 외관 사진은 찍지도 않았다. 내부도 저녁 6시 전에 갔는데 이미 사람이 많길래 찍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행히 2인 자리가 있어서 빠르게 착석!
메뉴를 보고도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옆자리 남성 분께 물어보니 징기스칸 프랜치랙과 마늘밥을 추천해주셨다.
앞에서 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보는 직원 분께, 고대로 징기스칸 프랜치랙 2인분과 마늘밥을 주문했다.
그러자 이렇게 만화 원피스에서 본 듯한 비주얼의 고기가 네 덩이 화로에 올라왔다.
라무진은 요렇게 직원분이 구워주시는 시스템이다.
징기스칸 프랜치랙은 1인분 가격이 3만 원이라서, 양을 보고 "헐... 너무 비싼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
마늘밥은 1개 3천 원이고 1개 시켜서 동생이랑 나눠 먹었다.
고기가 익기 시작하니 저렇게 촥촥 채소를 놔주신다.
사실 고기에 야채까지 다 구워주시니, 냠냠 먹기만 하면 되고..편하긴 편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는... 데이트 하는 커플들이 참 많더라.
누가 봐도 우리만 찐 가족이었다. ^^.. 더러운 세상..
알고 보니 라무진이 춘천 대표 감성 술집, 데이트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양고기 하면, 약간 중국집 또는 양꼬치집이 떠오르는데 여기는 분위기 좋은 선술집처럼 꾸며놨으니 그럴만하다.
이렇게 또 다 익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야무지게 잘라서, 먹기 편하게 우리 쪽으로 놔주신다.
양고기는 양꼬치 빼고 처음 먹어 봤다. 양꼬치는 양념 맛이 강해서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별로, 엄청 기대를 갖고 먹은 건 아니었는데..
세상에나... 분명히 구운 고기인데 첫 입에 고기가 살살 녹았다.
결국 "헐, 1인 분에 3만원이라니..개비싸네.."라고 생각했던 징기스칸 프랜치랙을 추가 주문했다.
양고기 맛집, 라무진, 결국 네가 이겼다.
원래 맛있는 건 비싼 거고, 비싼 건 맛있는 거다. 비싸고 안 맛있는 음식이 죄악일 뿐, 이렇게 맛있으면 추가 주문이 답이다. 성경이랑 불경에도 나올 거다. 아마.
처음 와 본 티 엄청 내던 얼빵이 두 명이 너무 행복하게 먹고, 재주문하니..
직원분이 또 특유의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고 식사 흐름 끊기지 않게 고기를 올려주셨다.
그리고 깜박하고 말 못할 뻔했는데, 일일 한정으로 판매한다는 마늘밥도 정말 맛있었다.
김 밑에 깔고, 마늘밥 적당량에 고기 얹어 먹으면... 아휴.. 끝도 없이 들어간다.
그래서 데이트 하는 커플들을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모름지기 맛있는 건 허겁지겁 먹어야 하는데, 저렇게 여유롭게 하하 호호하다니...
고기가 웬만큼 익으면 저렇게 중앙에 숙주도 올려주시는데.. 사실 육고기와 숙주의 조합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설명도 무의미하다. 냉큼, 냉큼 잘 주워 먹으니 직원분께서 또 열심히 올려주셨다. 채소에 대한 추가 비용은 없다.
여기 직원 분들이 정말 다 친절한데, 그중에서 여성 직원 분이 너무, 너무, 너무 친절하셨다.
"아우 단호박 맛있다"라고
동생한테 "그러니깐 너는 먹지 마"라는 의미로 말했는데..
진짜 멀~리 계시던 여성 직원분께서 빛의 속도로 오셔서 화로 비어 있는 부분에 단호박을 엄청 올려주셨다.
현금만 있었으면 팁을 드리고 나오고 싶을 정도의 속도와 친절함이었다.
역시, 잘되는 집은 이유가 있다. 너무 친절해서 "혹시 사장님이세요?" 여쭸더니 "매니저예요"라고 답해주셨다.
여쭙기 전까지 동생과 나는 여성 직원분이 사장님이라고 생각했다. 내 가게가 아닌 이상 이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일할 줄이야. 저 정도 텐션은 강남역 러쉬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었단 말인가.
이때 방문했을 때 동생은 차를 가지고 왔고, 나도 밤새 일하고 간 거라서..
"우리 술은 마시지 말자"라고 약속하고 간 거였는데
결국.. 못 참고 요렇게 칭다오 생맥주를 시켜 먹었다. 역시 양고기에는 칭다오지!!
술집 와 놓고, 고기랑 밥만 먹고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
운전해야 하는 동생은 쳐다만 봤고.. 나만 즐겼다.
생맥주도 어쩜 저렇게 황금비율로 따라주시는지, 시원하기도 엄청 시원했지만 사실 컵의 위생 상태에 더 놀랐다.
술집 맥주잔 더러운 거야 비일비재한데 티끌 하나 없는 깨끗함에 감동 또 감동..
직원 분들이 정말 친절할 뿐만 아니라 열일하시는구나... 사장님 이거 보고 계시면, 월급 올려주세요.
칭다오 생맥주 가격은 1잔당 8천 원이었다. 보통 호프집에서 국산 맥주 생맥이 500cc에 3~4천 원하니깐 비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마시다 보면 "아이고, 한 잔 더"를 외치게 된다.
데이트하는 연인들은 한 잔 시켜놓고 계속 수다 떨더라....^^..
나는 목구멍을 열고 마셨다. 후회는 없다. 왜냐면, 이날 돈은 동생이 냈다.
이날 이후로.. 동생이 비싼 데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 그래도 뭐, 라무진은 내가 혼자 몇 번 더 갔다. 그리고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끝나, 금주가 해제되면 바로 갈 생각이 있다.
마지막으로 라무진 위치는 여기! 진짜 남춘천역에서 걸어서 3분도 안 걸린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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