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나 경주에는 빵지순례 맛집이 있다. 심지어 지도까지 만들 정도로 유명하다. 춘천에는 이런 빵집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춘천 사람은 모르고 서울 사람들은 무조건 안다는 곳, 바로 '대원당'이다.
처음에 "춘천 빵 맛집이 있다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아, 빵공장.. 근데 시내에서 멀어서 찾아가기 힘들어"라고 답했는데, 내가 틀렸다. 빵공장은 오히려 춘천 사람들이 잘 가는 곳이다. 반면, 대원당은 도심에 자리해, 빵공장보다 찾아가기도 쉽다.
cf. 빵공장은 맛있긴 한데 정말 찾아가기 까다롭다. 차가 없다면 말이다. 차가 있어도 진입로가 좀.. 운전하기 어렵다. 게다가 가격이 정말로 사악하다.
어쨌든, 그렇게 서울 친구의 안내로 찾아간 대원당! 몇 번 근처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대원당이란 빵집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게다가 바로 30 걸음 내에 파리바게트가 있다. 조명이 밝게 켜진 파바와 비교해 대원당은 요렇게 블라인드까지 내리고 있어서, 모르면 그냥 휙 지나가기 쉽다.
춘천에서 30년 넘게 산 지인에게 물었을 때도 "응? 대원당? 몰라"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대원당은 그 지인보다 오래된(?) 가게였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백년 가게' 안내판! 무려 1968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한다.
전에 포르투갈 갔을 때, 정말 오랜 역사를 간직한 에그타르트 가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대원당도 그렇게 됐으면..
물론 그 에그타르트 가게는 근처 수도원과의 스토리도 갖고 있었지만, 대원당이라고 안될 게 뭐냐. BTS가 한 번이라도 찾아 준다면.... : )
대원당 대표 인기 메뉴이자, 추천 메뉴는 버터크림빵과 맘모스빵이다. 가격도 저렴하다. 버터크림빵은 개당 1,700원, 맘모스빵은 앙금에 따라 살짝 차이가 있지만 5,000원 내외이다.
보통 맛집으로 소문난 가게들은 가격이 '비정상적'인데, 여기는 오히려 "와, 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른 메뉴도 다 저렴한 편이다. 마카롱을 비롯해 쿠키류는 대부분 1,500원이다. 브라우니는 1,000원이었다. 정말 많이 안 사 온 걸 후회한다. 공부할 때, 하나씩 꺼내 먹으면 딱 좋을 사이즈와 가격이다.
"천 원짜리 브라우니가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겠음?"이라고 멋모르는 소리를 했는데, 비싼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은 가끔은 틀리다라는 걸 몸소 증명하는 아이였다. 딱딱하지 않고 촉촉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매장 1층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 좌석도 있었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대부분 포장을 해갔다. 그럼에도, 판매하는 빵 가운데는 식사류로도 충분한 아이들도 많았다.
고민하다가 안 사오고, 결국에 다음날 가서 사 왔던 샐러드 빵이나 보스턴 핫도그가 그렇다. 정말 옛날 빵집처럼 속이는 것 없이, 안이 꽉 차있어 든든하다.
워낙 오가는 손님이 많아서 쟁반이 금방 비는 데, 요것도 한바퀴 둘러보고 오면 뚝딱뚝딱 채워놔 주신다.
그리고 옛날 빵집의 하이라이트, 튀김 도넛! 누가 뭐래도 으뜸은 옥수수 꽈배기다. 먹어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 고소하고 부드럽고 자꾸 당긴다.
또, 대원당 크로켓은 안이 꽉 차 있어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다. 사실 배부른 건 좀 안타깝다. 먹고 또 먹고 싶은데, 금방 배가 찬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사로 잡은 미니쿠키 코너. 위생장갑을 끼고 유리문을 열고 직접 봉투에 담으면 된다. 종류가 너무 많아서, 도대체 뭘 먹어야 좋을지 모르겠을 때 딱이다.
괜히 주인 눈치볼 필요도 없고, 내가 먹고 싶은 애로, 먹고 싶은 양만 담을 수 있다.
우리는 밤과 고구마만주만 제외하고 종류별로 2개씩 담았다.
다 먹어본 후기를 밝히자면, 베이비 도넛과 베이비 슈가 특히 맛있다. 다른 아이들도 뭐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 두 개가 제일이었다.
궁금해서 사본 커피 만주는 솔직히 별로 였다. 이참에 깨달은 바는, 나는 만주류를 안 좋아하는 듯하다.
저렇게 봉투에 다 담으면, 저울에 무게도 재볼 수 있다. 물론, 무게는 알 수 없다. 그냥 가격만 이 정도 나올 거라고 표기된다. 옆에 "카운터에도 똑같은 저울이 있다"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카운터에서도 무게를 다시 쟀다. 가격은 비슷하게 나왔다.
우리가 요렇게 미니 쿠키를 사는 게 신기했는지, 옆에서 우리를 보던 아주머니 일행도 신나게 쿠키를 담는 게 귀여우셨다. 추레한 몰골을 보고, 우리는 원조 춘천인이라고 오해하신 모양이었다. 이제와 밝히자면, '저희도 처음 사 봐요'...
바로 옆에는 요렇게 선물용 쿠키 세트도 판매중이다. 아무래도 직접 봉투에 담아 가는 것보다는 살짝쿵 비싼 듯하다. 그래도 일반 제과점의 비슷한 선물 세트와 비교하면 저렴하다. 기념 선물로 괜찮을 듯 : )
"춘천 백년가게 빵집에서 사 온 쿠키다!"라고 하고 주면.. 되지 않을까?.. 대표 메뉴가 쿠키는 아니지만..
그렇게 잔뜩 구매한 우리의 첫번째 대원당 쇼핑샷! "누가 빵집에서 2~3만원어치씩 빵을 사?"라고 코웃음 쳤는데, 그게 바로 우리였다.
대원당이 그렇게 비싼 빵집은 아니었지만 이것저것 담다 보니, 순식간이었다. 다행인 건 모든 빵에 실패는 없었다. 대표 메뉴답게 맘모스 빵은 세대를 막론하고 인기였다.
쿠키를 제외하고 빵들이 대체로 부드러워서 어르신들도 좋아하신다.
빵은 요렇게 종이백에 담아주신다. 진짜 야무지게 기념품 쇼핑한 느낌!
참고로, 우리가 방문 전에 본 한 블로그에서 'T멤버십 할인'이 가능하다는 글을 봤는데, 카운터 직원 분 말로는 "엄~청 오래 전에 없어졌다"라는 답을 받았다.
그 블로그 글이 불과 1~2주일 전에 올라온 것이었는데, 아마 오래 전 정보로 작성된 듯하다.
cf. 진짜 아무리 블로그 최신 글 보고가도 엉뚱한 것들이 많은데 ㅠㅠ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묻고 싶다. 왜!!!
대신 현재는 대원당 자체 포인트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우리한테도 "포인트 적립하실래요?"라고 여쭤보셔서.. "저희 관광객.."이라고 수줍게 답해드렸다.
마지막으로 대원당 위치는 요기! 주차는 잘 모르겠다. 근처에 스타벅스 DT 매장이 있다. 스벅에서 커피 테이크 아웃하고 대원당에서 빵 사 오면 완벽한 코스가 될 듯!
재방문 의사 완전히 있고, 그때는 맘모스빵과 옥수수 꽈배기, 미니 쿠키, 브라우니 네 가지는 무조건 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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