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딱히 운동을 안 해도, 체력에 자신 있었다. 한창 유럽에서 갤러리 투어 다닐 때는, 하루에 박물관, 미술관을 네다섯 군데씩 돌아다녔다. 그런데 요즘은 힘든 전시 하나만 봐도, 멀쩡히 집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
그렇게 갤러리 근처 호텔을 찾아보다, L7 명동 바이 롯데 호텔을 발견했다. 우선 4호선 명동역 바로 앞이라서 접근성이 좋았고 남산뷰 맛집에, 가성비도 뛰어나다는 후기에 마음이 홀딱 넘어갔다.
친구와 함께 묵을 거라, 객실은 슈페리어 트윈으로 선택했다. 남산뷰를 노리고 간 거라, 전망은 N타워로! 투숙일이 일-월이라서 가격은 115,000원이었는데, 이것저것 할인을 받아서 8만 5천 원에 예약했다. 정말 개이득. :)
ㅁ 위치 & 층별 안내
호텔은 명동역 9번 출구 바로 앞에 있다. 진짜 바로 앞이다. 1분도 아니고 30초면 도착 가능하다. 이날, 불편한 부츠를 신고 가서 더 걸을 수 없을 만큼 피곤했는데,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호텔이 보여 반가웠다.
같은 건물 1층에는 커다랗게 카페 투썸플레이스가 자리했다. 입실 시간이 남았다면, 여기서 기다렸을 텐데 우리는 살짝 늦게 도착했다.
1층 도착 로비에서는 직원 한 분이 맞아 주신다. 간단하게 앉아서 쉴 공간도 마련돼 있다. 여기서 열 체크를 먼저 하고 "호텔 왔어요"라고 말하면, 승강기로 안내해 주신다.
요즘은 이렇게 1층은 도착 로비로만 사용하는 호텔이 많은 것 같다.
프런트 데스크와 메인 로비는 3층이다. 같은 층에 버블 라운지 & 바가 자리했다. 승강기 옆에 층별 안내를 보면 2층에는 레스토랑과 피트니스, 21층에는 루프탑 바와 풋 스파가 있다.
주차장은 지하 2층이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은지, 입실 전에 주차가 필요한 투숙객은 미리 연락달라는 문자도 받았다.
ㅁ 체크인 & 체크 아웃
기본적으로 체크인 시작 시각은 오후 3시, 체크 아웃 마감 시각은 낮 12시이다. 우리는 3시보다 살짝 늦게 도착했는데, 약간의 대기 시간이 있었다. 도착한 순서대로 번호표를 발급해 주신다.
한 10분 정도 기다렸고, 데스크 외 직원 분이 대기 공간이나 문진표 작성을 안내해 주셔서 불편함은 없었다.
프런트 데스크 왼편으로 가면 요런 라운지 공간이 나온다. 여기서 체크인 전에 '코로나19 자가 문진표'를 작성했다. 요렇게 예쁜 라운지가 한 때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 찼을 텐데, 망할 코로나..
라운지 한편에 자리한 버블바.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밤에 오면 더 분위기가 좋겠지만, 아쉽게 됐다. 문진표를 다 작성하고 데스크 쪽으로 돌아가니, 우리 차례가 됐다.
체크인하면서 받은 시설물 안내표. 2층 피트니스 살짝 들려볼까 했는데 역시, 개인 운동화와 운동복 지참이라 패스했다.
당시에는 확인 못했는데 전자레인지가 3층 버블 라운지에 있다고 한다. 또, 각층 11호 앞에 얼음 정수기를 설치해 놨다고 하는데, 요것도 못 보고 그냥 편의점에서 얼음을 사 왔다. 좀 꼼꼼히 살펴볼걸.
ㅁ 슈페리어 트윈 N타워 전망
예전에는 호텔 트윈 룸이 더블 룸보다 예약하기 여유로웠는데, 요즘은 아니다. 업계 친구 말로는 커플들도 트윈에 많이 묵는다고 한다. 노는 침대, 자는 침대 따로 한다고.. 자세히 알고 싶지 않지만, 어쨌든 덕분에 트윈 룸 예약이 어려워졌다. 가격도 비싸졌고.
L7 명동 바이 롯데 호텔의 슈페리어 트윈 룸은 싱글 베드 2개로 구성됐다. 창가 앞에는 티 테이블과 1인용 소파 의자가 놓여 있다. 친구랑 야식 먹고, 브런치 사다 먹을 때는 화장대 의자를 끌어다 썼다. 그래도, 트윈 룸인데 의자 한 개만 더 놔주지.
내가 묵은 방은 14층이었다. 체크인 할 때 직원 분이 남산타워는 오히려 저층이 더 잘 보인다고 설명해주셨는데, 그게 맞았다.
이전에도 l7 명동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그때는 일 때문에 온 거라서 전망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창문을 열자마자 시뻘건 다이소 전광판이 보여서 깜짝 놀랐었다.
cf. 코로나 이전에 외국인 관광객은 그 다이소 전광판 마저 한국적인 풍경이라 크게 호불호 없이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예약할 때는 "다이소 전망은 제발... 싫어요"라고 메모를 남겼었다. 답답해서 창문을 열어 놓고 싶은데, 다이소의 압박이 너무 심했다.
그 결과 이번에 배정 받은 1402호! 여기서는 다이소의 '다'자도 보이지 않았다.
ㅁ 넷플릭스
요즘 호캉스의 꽃은 넷플릭스란다. l7도 넷플릭스 된다. 물론, 개인 계정으로 로그인이 필요하긴 하다. 이때, 뭘 봤는지 까먹었다. 어쨌든, 야무지게 잘 봤다.
넷플릭스 볼 수 있는 건 좋은데 개인 계정 로그인은 좀 불편하긴 하다. 실제 계정을 공유하는 친구가 부산 호텔에서 로그 아웃을 깜박하고 오는 바람에 해킹당한 경험이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킹한지는 모르겠지만..)
보니깐 TV랑 휴대폰 미러링도 된다고 한다. 물론 여기도 아이폰은 안된다. 대부분 미러링은 삼성이나 LG 스마트폰만 된다. 이건 외국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아이폰은 되는 게 뭐니, 감성.. 그뿐.. : )
그치만 선물 받은 아이폰을 버리고 내 돈 주고 갤럭시로 갈아탈 수는 없다. 도대체 스마트폰은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이제는 웬만한 랩톱보다 비싸다.
또 은근히 중요한 멀티 플러그 구성! 예전에 호캉스 하러 갈 때 아무 생각 없이 케이블만 가져 갔었는데 USB 포트가 없어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L7 호텔은 USB 포트부터 110, 220V 다 있다. 침대 맡이라서 케이블 길이도 넉넉하다.
ㅁ 미니바
롯데호텔 계열은 미니바 구성이 언제나 요렇게 센스있다. 미니미한 전기 포트와 일회용 컵, 드립 커피를 각 2개씩 구비해 놨다. 전기 포트로 별 해괴한 일을 벌이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냥 믿고 써야지.
살짝 아쉬운 건 요즘 카페인 안 마시는 사람도 있으니깐, 티백이나 디카페인 커피도 함께 놔줬으면 좋았을 텐데..
객실 냉장고는 요렇게 미니미하다. 냉장 기능도 시원찮긴 하다. 무료 생수 2병이 제공되는데, 엄청 시원하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미지근한 것보다 나은 정도? 얼음을 따로 사 왔는데, 금방 안에서 녹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덧붙여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면, 포장 음식들이 절대 들어가지 않을 크기다.
ㅁ 욕실 & 어메니티
욕실에는 샤워 부스와 비데가 설치돼 있다. 아쉬운 소식이지만 욕조는 없다. 다행히 샤워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청소 상태도 우수하다. 하수구나 이런 것도 괜찮았다. 다만 세면 공간을 건식으로 사용하는 걸 좋아하는데, 샤워 부스에서 물이 밖으로 쭉쭉 나와서 수건을 깔아놓은 게 소용없었다.
샤워 부스 안에는 샴푸와 컨디셔너, 바디워시, 바디 스펀지가 비치돼 있다. 일회용이라 위생 걱정도 없고, 스펀지를 구비해 놓은 센스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샤워 타올이나 스펀지 제공 안 되는 곳은, 난감하다. 영국에 살 때는 그래서 아예 일회용 바디 스펀지를 싸들고 여행을 다녔는데, 한국에서는 요거 파는 데가 없어서 늘 전전 긍긍이다.
바디로션과 고체 비누는 세면대 위에 떡하니 놓여 있다. 한번 사용하고 버릴 비누가 커서, 살짝쿵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생각이었는지 친구도 가져온 클렌징폼으로 손 씻고, 비누는 본인이 가져가겠다고 했으나... 둘 중 누구였는지 몰라도 습관적으로 외출 후 손을 씻느라 비누를 사용하고 말았다.
코로나19 이후로 정말 병적으로 손을 씻고, 씻는다. 이제는 완전 자동이다. 자동.
개인 위생용품은 저렇게 주머니에 담겨 있다. 일회용 칫솔과 치약, 빗, 화장솜, 면봉 등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세안제 정도만 챙겨 오면 별다른 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라고 쓰면서 떠오른 건, 아마 남자 분들은 면도기가 필요할 지도?..
목욕 가운과 슬리퍼는 옷장 안에 2개씩 구비해 놨다. 슬리퍼는 일회용이라, 이 역시 위생 걱정은 제로! 가운도 푹신하고 너무 흐물흐물한 재질이 아니라 좋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날 신발이 너무 불편해서 슬리퍼는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갈아 신고 환호성을 질렀다. 역시 예쁜 것보다 편해야 한다.
ㅁ 남산뷰 야경 & 루프탑 이용 정보
우리가 호텔을 예약할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건 루프탑 바와 풋 스파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루프탑은 예약이 필요했다. 오후 4시쯤 전화해보니, 저녁 테이블 예약이 마감됐다는 말을 들었다. 아쉬운 대로 밤에 칵테일이라도 한 잔 마시자고 올라갔더니, 와인 밖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내려와야 했다.
- 무알콜 칵테일을 파느냐, 마느냐가 걱정이었는데 아예 칵테일을 팔지 않...았다.
결국,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와 주전부리를 사다, 객실 남산타워 야경을 배경으로 달렸다. 무알콜은 이날 처음 마셔봤는데 일반 맥주와 큰 차이는 없었다.
ㅁ 조식 버터핑거 팬케익스 & 투숙객 할인
우선 L7 명동 바이 롯데 호텔 조식은 2층 버터 핑거 팬케익스에서 운영된다. 늦게 일어난 우리는 조식에 실패했다. 예약할 때 조식이 포함된 별도 패키지는 없었고, 그냥 정해진 시간에 가서 먹는 방식이었다.
아쉬운 대로 브런치를 먹자고 11시쯤 내려갔다. 보니깐 요렇게 막아놓은 건너편이 호텔 조식 코너였나 보다. 우리가 갔을 때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온 직장인이 은근히 많이 보였다. 혼자 온 손님도 있었고.
코로나가 무서웠던 우리는, 그냥 포장해서 객실에서 먹기로 했다. 워낙 매장이 넓긴 하지만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건, 당시만 해도 무서웠다.
조식이 아니더라도 호텔 투숙객은 버터핑거팬케익스 명동점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객실 키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서, 야무지게 챙겨 갔다. 정작 계산할 때 확인은 안 하셨다. 두근거리면서, 기다렸는데.. 후줄근한 모습이 누가봐도 투숙객처럼 보이긴 했다.
겨울이라고 뱅쇼도 판매 중이었는데 알코올이 포함돼 있어, 아쉽게 패스해야 했다. 망할 놈의 백신. 백신이 앗아간 게 너무 많다. 하지만 백신 탓을 해서 뭐하리오. 근본적으로 코로나19 때문인걸. 정말 반성이 없는.. 그들을 탓해야지. :)
우리는 버터 핑거스 스페셜을 주문했다. 가격은 22,600원이었고 팬케이크 대신 프렌치 토스트를 선택했다. 계란은 스크램블, 감자는 시즌드포테이토로 시켰다.
뭔가를 더 추가해서 가격은 3만 원 안팎으로 나왔다. 솔직히 둘이 먹기에는 양이 정말 많았다. 여자 셋이 먹으면 좋을 양이었다. 생각보다 주문하고 좀 오래 기다렸다. 미리 주문하고 찾으러 갈 걸 살짝 후회했다.
이날, 레이트 체크 아웃을 해주셔서 객실에서 브런치를 먹고 느긋하게 있다 나왔다.
투숙 후기를 정리하면, 친구와 함께 묵기 좋은 호텔로 전망도 그럭저럭 괜찮다.
다만, 부대 시설이 그다지 않지 않기 때문에, 커플 호캉스 보다는 워케이션이나 비즈니스용으로 더 추천한다. 근래에 묵은 호텔 중에 직원들 친절함과 청결함은 제일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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